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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4년간의 취미 바이크를 그만두며 남기는 소회

by luiseok 2025. 11. 25.

TL;DR

- 타지 않아야 할 이유가 더 많고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흐린눈하며 타야할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음

- 하지만 이제는 옛날처럼 그렇게 바이크를 좋아하는것 같지도, 즐기지도 않는것을 깨달음

- 이제는 나 스스로 뿐만이 아니라 나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타지 않는것이 좋겠다고 결심이 서게되어 바접(바이크를 접음)


이 글은 내가 나중에 다시 바이크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스스로 다시 보기 위해 기록하는 글임.

 

바이크에 대해 특별한 동경도, 생각도 없던 내가 처음으로 타고싶다라는 생각을 한 건 그 무렵 팬데믹으로 몸이 근질해서 였을까?

정신차려보니 유튜브 알고리즘과 인스타 릴스 알고리즘은 바이크타고 질주하는 영상으로 도배되어 있었고, 바튜매라는 카페에 가입해서 중고로 올라오는 매물들을 뒤지고 있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첫 바이크를 가져온 날, 2021년 3월 26일은 나에게 정말 특별한 날로 기억남아 있다.

휴가를 내고 송파 위례의 어느 아파트로 택시를 타고 가, 처음 보는 아저씨(라이더)로부터 혼다 CB125R을 400만원에 업어왔다.

당시 안전장비라곤 아무것도 없던 탓에, 그 아저씨는 친절하게 본인이 쓰지 않는 헬멧을 그냥 공짜로 주었고 (지금 생각하면 왕친절맨)

그렇게 나는 방이동까지 미숙한 클러치를 조작해가며 간신히 도착하게 됐다. 뭐 좋게 글을 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하게, literally 목숨 걸고 온거라 특별한 기억이 아니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무모하고 미친것

그 날로 시작된 헛바람은 아주 간땡이가 붓는 지경에 이르렀고 온종일 이쁘고 배기량 큰 바이크(혼다 레블500)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 현금이 없던 상거지상태의 나는 "지금 계약해두면 어차피 오래 걸리니까 그동안 돈을 모으고 있으면 된다" 라는 생각에 덜컥 부산 혼다에 레블 500을 계약해버린다. 

신차를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 쏘다니기 바빴고 그 덕분에 미숙한 수동기어는 점점 익숙해졌다. 바이크타는 친구들도 새로 사귀었다. 긴장해서 당장 도로 상황을 파악하느라 바빴던 내가 어느샌가 풍절음을 만끽하며 자유가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무렵 어느날 아침..부산 혼다로부터 차량 인도 준비가 다되었다는 전화를 받게된다.

근데 문제는 고배기량 (500cc) 를 탈 준비가 전혀 안되었다는것..!!

금전적으로 준비가 안된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면허도 없었다. (250cc 이상 타기 위해서는 2종 소형 면허가 필요함; 그 이하는 1종보통으로 커버 가능)

어영부영 하다보니 출고날이 되었고 일단 면허는 없지만 차값은 어찌저찌 지불하고 탁송으로 수령받게 되는데..

캬..지금 다시봐도 매끈매끈한 체인과 타이어는 진짜..

 

급하게 2종 소형을 취득하기 위해 운전 면허 학원을 다니는것 대신 사설에서 시험장에 있는 동일한 모델로 주행연습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여 4시간 속성 연습을 하고..

한방에 따버렸쥬?

(따고 난 후에 알았지만 2종 소형 면허 기능시험 합격률이 30% 미만이었음. 자랑맞음ㅋ)

 

그렇게 더 큰 배기량 바이크를 가지게 된 나는 신나게 전국을 쏘아다니게 된다.

포항, 대구, 속초(고성군) 을 돌아다니다 보니, 크루저 바이크는 뭔가 아쉬움이 남았는데.. 어정쩡한 자세와 낮은 시트고가 허리통증을 유발했고 또 이렇게 나는 두번째 기변을 준비하게 된다.

갈떈 가더라도 깨끗하게 팔아야.. / 4000km 좀 안타고 팔아버렸네..

휘리릭 팔아버리고 네이키드 바이크인 혼다 CB650R 매물을 고민끝에 가져오긴 했는데..

더이상의 기변은 없다! 라고 다짐하며 가져온 날

23년식, 60km만 탄 사실상 신차와 다름없는 바이크를 가지게 됐고, 더이상의 기변은 없을거라고 다짐하며 산 바이크라 그런지 그동안 거쳐간 바이크들 가운데 가장 많은 애정을 가지며 타게 되었다. 그런데 아주 역설적이게도, 역대 바이크 중에 가장 적은 누적 주행거리를 기록하며 바이크를 접게 된다.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 가지게 되서, 바이크 외에 여러 액티비티를 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고 결정적으론 부동산 구매에 관심이 생겨서 여자친구와 이곳저곳 임장하러 다니느라 바빠진 탓에 제대로 탄 횟수가 적었던 것..

그래도 대구 본가에도 한번 타고 갔다오고 밤바리 나가서 패닝샷이란것도 나름 찍혀봄

 

안 타기 시작하니 정말 안 타게 되더라..

넓은 집이 생긴 뒤 부터는 밤바리 나가기를 선택하기 대신에 집에서 게임이나 하는게 더 좋았고, 바이크는 아주 가끔 맥도날드에 셀프맥딜리버리나 하러 갈 때 빼고는 거의 타지 않아 지하주차장에 먼지만 쌓이는 1:1 비율의 실물 피규어가 되고 있는걸 보고는 어느샌가 바이크를 그만 팔아버리고 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심어졌다.

 

사실 나와 가까운 존재들은 그동안 "스스로를 생각해서 바접 해라" "이제 결혼했으니 바접해야지" "자식 있으면 바이크 타면 안되지", "아무리 방어운전해도 이륜차는 작은 사고로도 크게 다친다"와 같은 말들을 해왔었다. 내가 그런 말들이 들릴 리가 있나ㅋㅋ 귓등으로 들어 전혀 들리지 않았는데.. 생각이 바뀌는 일이 생기게 된다

 

(충격주의)

 

수원에서 일어난 테슬라 10중 추돌사고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너무나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사고 영상은 "아무리 방어운전해도 이륜차는 작은 사고로도 크게 다친다" 라는 말이 확 와닿는 계기가 되었다.

 

뭐..그래서 팔기로 결심했다.

나이 한 50넘어서, 자식들이 자립하고 은퇴한 뒤에나 다시 탈려면 타겠지만.. 

일단 지금은 아닌것 같다.

 

사실 타지 말아야할 이유가 더 많지만 팔고 나서 미련 남아 또 새로운 바이크를 들여다보고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런 나를 알고 그냥 팔지말고 가지고 있다가 생각 바뀌면 접으라고, 묵묵히 나를 지지해준 아내에게 고맙기도 하고 진작에 그만두지 않아서 미안하기도 하다.

 

아무튼, 거쳐간 바이크 누적거리 도합 10,000km 도 타지 않고 접게되어 여러가지 아쉬움이 남는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접어도 미련 없을 것 같아서 후련히 접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회고를 하고 보니 정상적인 사고 회로라면 전혀 하지 않을 행동들만 골라가며 했던것 같다. 어쩌면 진짜 찐사랑이 아니었을까?

 

어쩌다보니 혼다만 탄 바이크생활 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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